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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상황에서의 인공와우이식

특수상황에서의 인공와우이식

양쪽 귀로 소리를 듣는 것(양이청)은 한쪽 귀로만 소리를 듣는 것에 비해, 소리에 대한 방향 분별력이 좋아지고, 말소리를 보다 선명하게 들을 수 있으며, 더욱 생생하고 풍부한 소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최근에는 양측 귀 인공와우이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술은 동시에 시행할 수도 있고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시행하는 경우 두 이식 사이의 간격이 짧을수록 빠른 기간내에 양이청의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동아대학교병원 난청클리닉·인공와우센터에서는 2004년 11월 국내 최초로 순차적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였고, 2016년 8월까지 234명의 환자에게 양측 인공와우이식을 시행하였습니다 (성인 33명, 소아 201명). 대부분의 환자에서 양측 인공와우이식 후 조용한 환경과 소음 환경에서 말인지력이 향상되었으며, 특히 첫 번째 인공와우이식 후 말인지력이 우수하였던 경우에는 두 번째 이식을 늦게 시행하더라도 단기간에 말인지력이 향상되었습니다.

양측 인공와우이식은 대상자 선정과 이식 수술, 그리고 매핑 등의 과정에서 일측 인공와우이식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고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시술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전기소리자극

전기-소리 자극(Electro-acoustic stimulation, EAS)

전기-소리 자극은 인공와우이식의 방식 중 하나로, 하나의 귀에 인공와우와 보청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1kHz 이하의 저주파수(저음) 영역의 청력은 보존되어 있으나 1kHz 이상의 고주파수(고음) 영역에는 고도 이상 난청이 있는 활강형 난(ski-slope hearing loss)을 가진 환자가 전기-소리 자극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활강형 난청 환자의 경우, 고주파수 영역에 해당하는 말소리를 감지하고 변별하는데 제한이 있고 소음 상황에서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고주파수 정보는 인공와우를 통해 전달하고, 저주파수 정보는 보청기를 통해 전달하는 전기-소리 자극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전기-소리 자극을 위해서는 인공와우이식 수술 후 저주파수 영역의 잔존 청력이 보존되어야 합니다. 저주파수 영역 잔존 청력의 보존을 위해 와우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수술 방법(soft surgery)을 이용하여 수술을 시행하고 부신피질호르몬제와 같은 약물을 함께 사용합니다. 수술 후 저주파수 영역의 잔존청력이 보존된 경우에는 소음 환경에서의 말 지각력과 음악 청취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저주파수 영역의 잔존 청력이 수술 직후 소실되거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소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저주파수 잔존 청력이 소실된 경우라 하더라도 인공와우 매핑을 다시 조정하면 외부의 모든 소리를 인공와우를 통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인공와우이식 환자와 같은 수준의 듣기 능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내이 기형

정상적인 내이는 와우(약 2.5 회전의 달팽이 모양), 전정, 그리고 세 개의 반고리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내이에 구조적인 기형이 있는 경우가 전체 선천성 감각신경성 난청의 약 20~40%를 차지합니다. 다양한 내이기형 중 와우의 불완전 분할(incomplete partition), 전정도수관 확장증(enlarged vestibular aqueduct)과 같은 심하지 않은 기형의 경우에는 기형이 없는 경우와 비교하여 인공와우이식 후 결과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심한 와우 저형성증(severe cochlear hypoplasia)과 공동강 기형(common cavity)과 같은 심한 기형의 경우 수술이 도움은 되나, 수술 후 언어 능력에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이의 기형이 있는 경우에는 뇌척수액의 분출이나 안면신경자극과 같은 수술에 따른 위험성이 증가하고, 수술 후 매핑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분야에 시술 경험이 많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동아대학교병원 난청클리닉/인공와우센터에서는 내이기형을 가진 환자의 인공와우이식에 대한 시술 경험이 풍부하고, 최근까지의 수술 결과를 국제 학회와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여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4. 청각신경병증

인공와우이식이 필요한 대부분의 고도 이상 감각신경성난청은 내이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에 의해 발생합니다. 반면 청각신경병증은 내이의 기능, 특히 내이의 외유모세포의 기능은 정상이고 청신경 수준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난청으로, 전체 감각신경성난청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질환이 처음 알려진 1990년대에는 이론상으로도 인공와우이식이 적합하지 않았고, 초기 수술 결과 또한 좋지 못해 인공와우이식이 권장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청기를 이용한 적절한 재활치료에도 말-언어 발달에 진전이 없는 경우 인공와우이식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동아대학교병원 난청클리닉/인공와우센터는 국내 최초로 청각신경병증 환자에서 인공와우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였으며, 최근까지의 수술 결과를 국제 학회와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여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5. 와우신경 부전증

와우신경이 정상보다 가는 경우를 와우신경 저형성, 와우신경이 형성되지 못한 경우를 와우신경 무형성이라고 하며, 이 두 가지를 통칭하여 와우신경 부전증이라고 합니다. 와우신경 부전증의 여부는 청력검사, 전기생리학적 검사, 그리고 영상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자기공명영상 (MRI)을 통해서 가장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우신경 부전증이 있는 경우에는 인공와우이식 후 청각적 수행력이 매우 부진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한 수술 전 평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수술 여부와 재활 치료의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6. 중복장애

난청 아동 중에는 난청 이외에 정신지체, 뇌성마비, 시각장애 등의 중복 장애를 가진 경우가 있으며, 이 경우 중복장애로 인해 인공와우이식 전 후 재활이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복장애를 가진 경우에는 수술 전에 충분한 상담을 통해 환자와 가족이 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지고 수술 후에도 지속적으로 재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재활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또한 진단 및 재활과 관련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 접근(multidisciplinary team approach)을 통해 서로 협력하여 인공와우이식과 수술 후 재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여, 아동들의 정서적, 사회적인 발달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청각장애 외에 시각장애, 정신지체, 학습장애, 인지장애, 자폐증, 뇌성마비 등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현재까지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인공와우이식을 통한 의사소통능력 향상으로 중복장애 아동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Lesinski 등은 난청이외에 한 가지 이상 중복장애를 가진 인공와우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시각 및 운동장애, 간질, 내분비 장애 등의 질환은 술 후 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아 이식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경도에서 중등도 정신지체는 제한적으로 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심한 자폐증과 심한 뇌성마비, 고도 정신지체의 경우 술 후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인공와우이식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7. 경계성 난청

양측 평균 청력 70~90dB HL의 고도 난청을 가진 경우 보청기만으로도 적절한 구화 의사 소통 능력을 가지는 경우가 있어 과거에는 인공와우이식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때때로 독순법을 사용하거나, 친숙하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에는 어려움을 느끼고 학교에서의 학업 성취도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양측 평균 청력 70~90dB HL 정도로 잔존 청력이 남아 있는 경계성 난청(borderline hearing loss) 경우라도 보청기를 사용하여 말지각에서 충분한 이득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인공와우이식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인공와우를 통해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8. 영아

인공와우이식은 수술 시기가 빠를수록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가소성(plasticity)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출생 후에 소리자극이 가해지지 않으면 청각을 담당하는 대뇌의 청각피질이 시각과 같은 다른 정상적인 감각에 의해 대체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난청아동의 경우 가능한 빨리 소리를 듣게 해 주는 것이 대뇌의 청각피질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2세 이전의 수술이 권장되었으나 최근에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기간을 줄이기 위하여 생후 12개월 이전의 수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습니다.

생후 12개월 이전의 영아에게 인공와우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청력검사 결과와 수술의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1세 이전에는 행동반응청력검사를 통한 정확한 청력역치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청성뇌간반응이나 청성지속반응과 같은 객관적 청력검사를 통해 청력역치를 평가합니다. 객관적 청력검사는 검사실 환경이나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정확도 및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영아기에는 드물게 청력의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아기 인공와우이식은 정도관리가 잘 된 청력검사 장비와 숙련된 검사자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반복적인 청력검사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청력 역치를 확인한 후 시행 여부가 결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반복적인 언어평가를 통해 객관적 청력 역치의 정확성을 재확인하고, 아동의 언어발달의 적절성을 면밀히 평가하여야 합니다.

영아들은 심혈관계, 호흡기 등이 미숙하여 마취의 위험성이 비교적 높고, 유양동의 함기화가 부족하고 안면신경이 성인에 비해 외측으로 위치하고 있어 수술의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마취와 수술의 위험성이 타 연령대와 비교하여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어, 적절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영아기에도 추가적인 수술 및 마취의 위험성 없이 안전하게 인공와우이식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9. 일측 농

인공와우이식은 양측 귀의 청력을 모두 소실한 경우에, 한쪽 혹은 양쪽 귀에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수술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쪽 귀만 청력을 소실하고 반대측 귀는 정상이거나 중등도 이하의 난청을 가지고 있는 환자, 즉 일측 농 (single side deafness) 환자에서의 인공와우이식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일측 농은 돌발성 난청, 외상, 메니에르 병 등 후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에서는 선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측 농이 있으면 농 귀 쪽으로 오는 소리를 알아듣기 어렵고, 소음 상황에서의는 말을 알아 듣기 어려우며, 소리의 방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또한 후천적 원인에 의해 일측 농이 발생한 환자들은 대부분 심한 이명으로 고통받게 됩니다. 일측 농 환자에게 인공와우이식을 시행하면 이명이 크게 개선되고, 소음 상황에서의 말지각과 소리 방향 찾기 능력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